리버스 유토피아 _ 촉망받는 선수

 어른들이 말했다.



옛날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도시에 사람들이 가득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많은 사람들만큼 사람들의 마음속의 오만들이

지구를 점차 병들게 했고

점차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땅이 적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갈곳 없는 국가의 사람들은 난민으로 떠돌았다.

그런 난민들은 수용하던 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자 

이는 곧 테러와 분쟁으로 번졌다.


이 작은 분쟁들은 곧 종교와 사상의 갈등으로까지 전이되어

서방권과 중동간의 긴장은 그들이 앞세운 분쟁국가들안에서 

전쟁으로 변하였다.


서방은 자신들이 손해볼 것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쉬운 전쟁이었지만

그동안 발전해왔던 자동화 병기들이 사람들을 너무도 쉽게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는 AI와 드론으로 칭하는 병기들에 대해 커다란 거부감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중국은 이 전쟁으로 서방에 대한 큰 위협을 느끼게 된다.


서방은 전쟁에서 승리하였지만 중동을 뒤에서 지원하던 중국과의 냉전이 시작되고

재앙과 같은 기후변화가 반복되자 중국은 아직 사람들이 살만한 북쪽땅을 침략하기에 이른다.


서방권은 이에 대해 계속해서 중국에 경고했지만 마침내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가들 넘어가면서

세계적인 전면전이 시작된다.


처음엔 자동화병기의 기술이 위에 있던 미국이 우세한 것처럼 보였지만, 

유전자조작과 생물학 병기를 앞세운 중국이 바이러스와 생물병기 내성을 가진 강화인간들을 적국에 침투시킴으로써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서방권은 전쟁 초반의 승기를 놓치고 만다.

진주만 이후 처음으로 본토에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은 이를 수습하는 것에 실패했고

아는 결국 전쟁의 장기전에 이른다.



몇년동안 이어진 전쟁은 많은 피해를 남겼다.

그들모두 핵이라는 최후의 병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은 생명이 없는 기계와 가공된 바이러스로 인해 

무참하게 죽어갔고 인류의 상당수를 잃어버린 이 전쟁에서 양 세력은 신기술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핵에 이어 AI, 드론같은 병기들과 유전자 조작 병기들은 국제법에 의해 금지되었으며

인간사회에서도 이런 기계와 생물병기 대한 혐오가 이어져 AI와 유전자조작으로 탄생한 인간들을

파괴하는 운동이 일어난다. 





전쟁은 끝났지만 앞으로의 날들이 더 절망적인 인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숙제는 극복하지 못한채 큰 상처만 남은 전쟁.

인간의 노동을 뛰어넘는 기계들에 대한 거부.

점차 인류가 살 수 있는 땅이 없어지는 지구.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세계 멸망해갔다.

그리고 한계 도달한 국가들은 점차 붕괴되고 혼란속에서 인류사회는 마침내 무너졌다.


사실상 전쟁에서 패해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했던 미국과 서방은 국가기능의 거의 모든것을 민영화하였고

이는 몇개의 기업이 국가를 대신하며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인해 범국가적인 기업들이 모든 권력을 압도하는 세계, 

자본이 인간의 도덕 침범하고 국가의 권력을 독점하는 유토피아가 탄생한다.


그들은 이익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했고

과거 전쟁으로 금지되고 터부치되는 AI와 유전자조작에도 손을 댄다.

사람들과 국가는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하는 일에 눈을 돌리며 무릎을 꿇었고

인류에겐 이젠 명목상의 국가, 도의적인 측면에서의 개인의 자유만이 보장되었다.


그들이 만든 유토피아에서

AI기술이 가져다준 효율과 지적능력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았았으며

유전자기술이 가져다준 질병과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은 

인간의 육체 또한 자본의 소유로 만들었다.






촉망받는 선수 에피소드1

낡은 스쿠터






스쿠터가 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옛날 물건을 사용하는 일은 주변으로부터 바보취급받지만

이것이 내 유일한 취미이다.

연료전지도, 요즘은 흔한 무중력 바이크도 많지만

나는 80년도 더된 이 클래식한 탈것에 목을 맨다.

물론 이런 클래식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관리도 잘하고

실제로 운용하는 쪽이 아니지만 나는 돈이 없으므로 생활형 탈것과 수집용 탈 것을 구분할 여유가 없다.


얼마전 이제는 거의 사라진 가솔린을 어렵게 구해서 넣었었다. 

하지만 이게 진짜 가솔린인지, 합성된 이름모를 액체인지 나는 잘 모른다.

아니, 알 수 없다라는게 맞을거 같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가솔린의 냄새가 21세기에 존재했던 가솔린의 냄새일까?

모르겠다. 일단 내 밑에서 올라오는 터기지 직전의 연료라인에서 새어나오는 나쁜냄새가 가솔린 냄새라고 생각하며

나는 길에서 스쿠터의 카울을 뜯고 인젝터 부근 연료라인을 만져보는 밖에 없었다.





촉망받는 선수 에피소드2

프리터




스쿠터를 손보느라 손에 기름도 묻고 시간이 지났지만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주차장에 스쿠터를 새우는데 코치가 헬멧을 쓰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나는 다음부터 쓰겠다고 말하곤 계단을 뛰어 캐비넷에 도착했다.

오토드라이브를 법규화한 요즘 교통사고는 거의 없는 일이 되었다.

내 오래된 스쿠터엔 인스톨할 순 없지만 머리의 생체회로에서도 작동되니 별 문제는 없다.

드라이브머신에도 깔려있으면 더 안전하겠지만 골동품은 그런 느낌으로 타는게 아니니까.

어찌됬든 코치는 아저씨라 그런지 너무 구시대적이다. 헬멧을 쓰면 아침에 감은 머리가 안말라서 곤란하다고…

덜마른 머리를 탈의실에서 드라이하고 세팅까지 할려면 100% 지각이다.

(일찍나오면 되지만 그게 마음만 먹지 쉽지가 않다. 아마 이런 습관이 바뀔리 없겠지.)


나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스타디움에 오니 아직 인원이 다 모이진 않았다.

어젠 늦어서 눈치보였는데 럭키.

모두 보여서 오늘 연습코스를 들어가기전에 몸을 푼다.


내 직업은 치어리더…는 아니고 대충 프리터라고 하는게 맞을 거 같다.

어른이 되기 전엔 농구선수가 꿈이었지만, 보다시피 농구선수에 어울리는 신체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도 아니었다.





촉망받는 선수 에피소드3




내 인생에서 아마도 전성기는 중학교 때 였을 것 같다.

지역 MVP로 뽑힌 나는 그때만해도 또래보다 큰 키에 힘이든 스피드던 지지않았다.

2학년이 됬을때부터 나보다 20cm는 작은 후배들이 나를 어렵게 생각하던 때가 기억난다.

그때 나는 좀 건방졌달까?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내 적수는 전국으로도 몇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앞날은 희망적이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엘리트선수 코스육성을 지원해주는 기업의 재단에 발탁된 것도 쉬운일이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그 느낌. 


3학년에 전국체전을 준우승로 마치고 (나는 잘했지만 팀의 전력때문에 운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간 나는 중등MPV로써 농구명문으로 알려진 S고에 자연스럽게 입학하게 되었지만 1학년이 지날때가지 크게 성적향상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팀의 평균적인 성적에서 한참 밑돌았다. 단순히 전년도와 비교해도 너무 큰 차이였다. 아마 그것은, 아니, 확실히 그것은 신체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언제서부터인가 키는 자라지 않고 체중이 늘었었다. 반면 그 시기에 같이 고교에 입학했던 팀원들은 10~20cm씩 키가 자랐다. 나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들을 보며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지만 애써 부정하며 스킬과 노력으로 그들을 추월하려고 했던거 같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될리가… 애초에 나는 피키컬로 밀어붙이는 농구를 하고 있었던걸…

나중에 알았지만 중학교때 키가 컷던건 남들보다 성장이 빨랐던 것이고 일찍 성장하는 선수들은 나처럼 나중엔 키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선수들은 일찍히 포인트가드로써 실력을 쌓아나가서라도 살아남아야하지만 나는 피지컬도, 농구에 대한 재능도 따라주지 않았다.


분명 재능이 있다고 믿었는데, 한번도 그 믿음을 의심해본적이 없음에도 재능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건 너무도 큰 고통이었다.

팀 모두에게 눈치가 보이고 3학년에 올라갈때쯤 코치는 나를 불렀다. 팀 재편성 - 계약해지라는 서류를 테이블앞에 놓여진걸 본 다는 눈물이 나올거 같았지만 자존심에 눈물을 보일 순 없었다. 한번 결정된 이 선고는 번복되지 않는다는걸 안다. 선수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AI를 통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진행된다. 여기에 개인의 의지나 인간의 판단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현재시대에 그러한 인간의 자유의자라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 치부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재능, 특성, 성향에 따라 자동으로 판단된 결과들이 개인의 미래를 좌우한다.

나는 안타까운 얼굴로 테이블 맞은 편에 않은 코치에게 도저히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농구선수로써의 삶이 끝나고 몇년,

그때의 상처때문인지 이후로 단한번도 농구공을 손에 잡아본적이 없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촉망받던 선수였을, 그 때의 꿈을 꾼다.








촉망받는 선수 end













댓글